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 / 백점례

조회 수 1170 추천 수 0 2014.05.22 17:20:59

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

 

                      백점례

 

참 고단한 항해였다

거친 저 난바다 속

풍랑을 맨손으로 돌리고 쳐내면서

한 생애, 다 삭은 뒤에 가까스로 내게 왔다

 

그 무슨 불빛 있어

예까지 내달려 왔나

가랑잎 배 버선 한 척 나침반도 동력도 없이

올올이 힘줄을 풀어 비바람을 묶어낸 날

 

모지라진 이물쪽에 얼룩덜룩 번진 설움

다잡아 꿰맨 구멍은 지난날 내 죄였다

자꾸만 비워 낸 속이 껍질만 남아 있다

 

꽃무늬 번 솔기 하나 머뭇대다 접어놓고

주름살 잔물결이 문지방에 잦아든다

어머니, 바람 든 뼈를

꿈꾸듯이 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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