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미 소 / 박경리

조회 수 35 추천 수 0 2018.03.06 22:05:40



몇 해 전 일이다

암소는 새끼랑 함께

밭갈이하러 왔다

나는 소의 등을 두르려 주며

고맙다고 했다

암소는 기분이 좋은 것 같았고

새끼가 울며

음모오ㅡ하고

화답을 하며 일을 했다

열심히 밭갈이를 했다



이듬해였던가, 그 다음다음 해였던가

밭갈이하러 온 암소는 혼자였다

어딘지 분위기가 날카로워

전과 같이 등 뚜드려 주며

인사할 수 없었다

암소는 말을 잘 듣지 않았다

농부와 실랭이를 하다가

다리뼈까지 삐고 말았다

농부는

새끼를 집에 두고 와서 지랄이라

하며 소를 때리고 화를 내었다


옛적부터 금수만 못하다는 말이

왜 있었겠는가

자식 버리고 떠나는 이

인간 세상에 더러 있어서

그랬을 것이다

자식을 팔아먹고

자식을 먹잇감으로 생각하는

인간 세상에 부모가 더러 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 어미 소 / 박경리 김귀엽 2018-03-06 35
3530 영구 불멸 / 박경리 김귀엽 2018-03-06 35
3529 김씨 / 임희구 김귀엽 2018-02-27 37
3528 변금술 / 임희구 김귀엽 2018-02-27 36
3527 소주 한 병이 공짜 / 임희구 김귀엽 2018-02-27 39
3526 새로운 길 / 윤동주 김귀엽 2017-02-11 214
3525 통화 / 이복희 김귀엽 2016-12-07 272
3524 고래를 위하여 / 정호승 김귀엽 2016-12-07 218
3523 백담사의 물 / 윤제림 김귀엽 2014-11-14 637
3522 가족 / 윤제림 김귀엽 2014-11-14 685
3521 이슬의 눈 / 마종기 김귀엽 2014-10-17 849
3520 고마운 일 / 윤 효 영이 2014-08-13 712
3519 8월의 포도원 / 문태준 영이 2014-08-13 771
3518 너무 작은 심장 ㅡ 장 루슬로 김귀엽 2014-07-05 733
3517 행간 / 오인태 김귀엽 2014-07-01 812
3516 식물성 오후 / 백점례 지원 2014-05-27 831
3515 바다는 슬픔을 모른다 / 백점례 지원 2014-05-27 805
3514 목백일홍 / 도종환 김귀엽 2014-05-25 773
3513 밤 외출 / 최은묵 지원 2014-05-22 877
3512 버선 한 척, 문지방에 닿다 / 백점례 지원 2014-05-22 1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