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스케치

조회 수 572 추천 수 0 2014.10.06 21:4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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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 / 김용택

 

 

 산그늘 내린 메밀밭에 희고 서늘한 메밀꽃이라든가
 그 윗 밭에 키가 큰 수수 모가지라든가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깊은 산 속 논두렁에 새하얀 억새꽃이라든가
 논두렁에 앉아 담배를 태우며 노랗게 고개 숙인 벼들을 하염없이 바라보는
 농부와 그의 논이라든가
 우북하게 풀 우거진 길섶에 붉은 물봉숭아 꽃 고마리 꽃 그 꽃 속에
 피어 있는 서늘한 구절초 꽃 몇 송이라든가
 가방 메고 타박타박 혼자 걸어서 집에 가는 빈 들길의 아이라든가
 아무런 할말이 생각나지 않는 높고 푸른 하늘 한쪽에 나타난 석양빛이라든가
 하얗게 저녁 연기 따라 하늘로 사라지는
 저물 대로 다 저문 길이라든가
 한참을 숨가쁘게 지저귀다가 금세 그치는 한수 형님네 집 뒤안 감나무가 있는
 대밭에 참새들이라든가
 마을 뒷산 저쪽 끄트머리쯤에 깨끗하게 벌초된
 나는 이름도 얼굴도 잘 모르는 사람들의 고요한 무덤들이라든가


 다 헤아릴 수 없이 그리웁고
 다 헤아릴 수 없이 정다운 가을입니다

 

 

 

 ***

 

 

 

좋다고 다 좋은 건 없습니다.

나쁘다고 다 나쁜 것도 없습니다.

 

가끔 모자라는 것이 오히려 남을 때가 있습니다.

지금 이대로 가을이어서 좋습니다.

 

 

 

 

2014. 10. 3 / 정읍 구절초테마공원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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