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e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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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이곳을 들여다 볼 때 마다 다녀가신 분들의 흔적이 오래도록 보이질 않으면
예전에 올렸던 흔적들을 찾아내어 혼자서도 종종 다시 들여다 본답니다.
집을 조금 넓히거나 마당을 쓸게 될 경우에도 그러하지요.
편안하다는 말씀이 저도 참 좋아서 그 말을 다시 듣고 싶었는지도 모르구요.
지금처럼 정성스레 남겨주신 덕담 한마디가 이 자리를 지키는 희망이 됩니다.
아래 사진은 영이님이 찍으신 거랍니다.
마당님이 올려주신 사진도 참 좋습니다.
고운 詩도 함께 나눠요..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 안도현
어릴 때, 두 손으로 받들고 싶도록 반가운 말은 저녁 무렵 아버지가 돼지고기 두어 근 끊어왔다는 말
정육점에서 돈 주고 사온 것이지마는 칼을 잡고 손수 베어온 것도 아니고 잘라온 것도 아닌데
신문지에 둘둘 말린 그것을 어머니 앞에 툭 던지듯이 내려놓으며 한 마디, 고기 좀 끊어왔다는 말
가장으로서의 자랑도 아니고 허세도 아니고 애정이나 연민 따위 더더구나 아니고 다만 반갑고 고독하고 왠지 시원시원한 어떤 결단 같아서 좋았던, 그 말
남의 집에 세 들어 살면서 이웃에 고기 볶는 냄새 퍼져나가 좋을 거 없다, 어머니는 연탄불에 고기를 뒤적이며 말했지
그래서 냄새가 새어나가지 않게 방문을 꼭꼭 닫고 볶은 돼지고기를 씹으며 입안에 기름 한입 고이던 밤

며칠 전 비오는 밤에 베란다에 핀 수국을 찍어보았답니다.
사진을 어떻게 찍으면 밤인데도 대낮처럼 훤하게 보이기도 하는데 저는 이 사진이 좋았어요.
밤은 밤다워야 하니까..
지난번에 올려주신 꽃도 처음 보지만 이번에 가져오신 꽃은 몽실몽실한 털실을
뭉쳐 놓은 것 같습니다.
무슨 이름을 가졌을까 몰라도
저 색실을 한올한올 풀어서 앙증맞은 아가의 스웨터를 짜 놓으면 참 예쁠 것 같아요.
차 한잔 내려 놓을게요~cool & hot
그냥 / 이승희
그냥
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아니면 그냥이라는 말로 덮어두고픈 온갖 이유들이 한순간
잠들어 있다. 그것들 중 일부는 잠을 털고 일어나거나 아니면 영원히 그 잠 속에서 생을 마쳐 갈 것이
다. 그리하여 결국 그냥 속에는 그냥이 산다는 말은 맞다. 그냥의 집은 참 쓸쓸하겠다. 그냥이라고 말
하는 사람들의 입술처럼 그렇게.
그냥이라는 말 속에는 진짜로 그냥이 산다. 깊은 산그림자 같은, 속을 알 수 없는 어둔 강물 혹은 그
강물 위를 떠가는 나뭇잎사귀 같은 것들이 다 그냥이다. 그래서 난 그냥이 좋다. 그냥 그것들이 좋다.
그냥이라고 말하는 그 마음들의 물살이 가슴에 닿는 느낌이 좋다. 그냥 속에 살아가는 당신을 만나는
일처럼.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 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 같은 약속도 한다
이슬 속으로 어둠이 걸어 들어갈 때
하루는 또 한번의 작별이 된다
꽃송이가 뚝뚝 떨어지며 완성하는 이별
그런 이별은 숭고하다
사람들의 이별도 저러할 때
하루는 들판처럼 부유하다
한 해는 강물처럼 넉넉하다
내가 읽은 책은 모두 아름다웠다
내가 만난 사람도 모두 아름다웠다
나는 낙화만큼 희고 깨끗한 발로
하루를 건너가고 싶다
떨어져서도 향기로운 꽃잎의 말로
내 아는 사람에게
상추잎 같은 편지를 보내고 싶다
...................................
안녕하세요?
인터넷이라는 세상이 무한정 넓은것 같아도
이렇게 아름아름 알게되니 넓지만은 않은것 같아요.
처음엔 올려진 글들이 좋아서 왔다갔다했고
또 D A T A 방에 정보들도 이용했고
언제부턴간 사진을 잘하셔서 이래저래 혼자 들락거렸네요
이제 그냥 가지않고 인사하며 다닐께요
이곳에 아름다운 사람은 아니여도 폐가 되지않기를 바래며
잠시 인사 하고갑니다~
좋은날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