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mo

글 수 270
  • Skin Info

 

문서 첨부 제한 : 0Byte/ 50.00MB
파일 크기 제한 : 50.00MB (허용 확장자 : *.*)

 kky_025.jpg

 

봄과 나비 / 오규원

 


나비 한 마리 급하게 내려와
뜰의 돌 하나를 껴안았습니다

 

 

 

 

IMG_6107-1.JPG

 

 

빈자리 / 오규원

 


며칠 동안 멧새가 긴 개나리
울타리 밑을 기고 깝죽새와
휘파람새가 어린 라일락 가지와
가지를 옮겨다니더니
오늘은 새들이 하늘을 살며
뜰을 비워놓았다
그사이 단풍나무는
가지 끝과 끝에서 잎이 뾰족해지고
감나무는 잎이 동글동글해졌다

 

IMG_6121-1.JPG

 

 

고요 / 오규원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IMG_6095-1.JPG

 

 

칸나 / 오규원

 


칸나가 처음 꽃이 핀 날은
신문이 오지 않았다
대신 한 마리 잠자리가 날아와
꽃 위를 맴돌았다
칸나가 꽃대를 더 위로
뽑아올리고 다시
꽃이 핀 날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
다음날 오후 소나기가
한동안 퍼부었다


 

 

IMG_6135-1.JPG

 

 

부처 / 오규원


남산의 한 중턱에 돌부처가 서 있다
나무들은 모두 부처와 거리를 두고 서 있고
햇빛은 거리 없이 부처의 몸에 붙어 있다
코는 누가 떼어갔어도 코 대신 빛을 담고
빛이 당기지 않는 자리에는 빛 대신 그늘을 담고
언제나 웃고 있다
곁에는 돌들이 드문드문 앉아 있고
지나가던 새 한 마리 부처의 머리에 와 앉는다
깃을 다듬으며 쉬다가 돌아앉아
부처의 한쪽 눈에 똥을 눠놓고 간다
새는 사라지고 부처는
웃는 눈에 붙은 똥을 말리고 있다


 

43cb4bc594761b96d29b881bbbf4fac4.jpg

 

 

줄탁 / 이정록

 


어미의 부리가
닿는 곳 마다

 

별이 뜬다

 

한번에 깨지는
알 껍질이 있겠는가

 

밤하늘엔
나를 꺼내려는 어미의
빗나간 부리질이 있다

 

반짝, 먼 나라의 별빛이
젖은 내 눈을 친다

 

d26dbe7782af7b187fcd7fdbc08e23e4.jpg

 

횡성 간다 / 박제영

 


횡성 간다는 말은
횡성 지나 원주 간다는 말


횡성 간다는 말은
횡성 지나 영월 간다는 말


새말 나들목 나가기 전에 누군가는 자작나무숲 미술관을 잠시 거닐겠지만
횡성 나들목 나가기 전에 누군가는 횡성한우곰탕 한 그릇 비우고 가겠지만


횡성 간다는 말은
횡성을 지나간다는 말


잠시 머물다 마침내 지나가야 하는
우리 모두 횡성을 지나고 있을 뿐이네


 

 

Photo2 게시판이 왜 그럴까요....무슨일인지....

 

 

김귀엽
댓글
2012.05.26 00:08:49

자주컴 포토2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아닌지

 

연휴동안 집을 비울 것 같아요.

영이님~댕겨와서 뵐게요.

김귀엽
댓글
2012.05.29 17:57:29

빨래도 청소도 대충 하고 앉아서

오규원 님의 詩에 흠뻑 빠져봅니다.

 

모처럼 서해안의 일몰을 기대하고 갔었는데 

좋은 사람만 만나고 다음에 다시 오라 하네요.^^

 

무사히 잘 다녀왔습니다~^^

 

영이
댓글
2012.05.26 22:01:28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것은 좋은일인데

과열되어 불이 날까봐....ㅎㅎ

 

여행 안전하게 잘 댕겨오세요~~^^

 

 

2012-04-29-1.jpg

 

물가 / 문태준


   

내게 귓속말하는 수면이 있다면
내게 남몰래 촉촉이 젖은 눈 뜨는 수면이 있다면
 
물속에 잠긴 푸른 산은 움직이지 아니하고
산은 고운 강모래가 반짝이는 물가로는 아니 나오고

하늘도 흰 물새도 함께 사는 수면이 하나 있다면
  
나를 눕히어 서성이는 발등까지 되비춰다오
잔잔함이여

 

1d87d3323e2e800fbd68d6d99637686d.jpg

 

변산 바람꽃 / 배찬희


나보다 남을 더 사랑한 적 있는가?
그 사랑으로 하여, 파리한 사지(四肢)도
아. 깝. 다.
말없이 내 놓을 수 있는가?
아니, 하나 뿐인 명줄도
순도 100퍼센트, 사랑 때문에
구구절절 사설 없이
스르륵, 아귀힘 풀 수 있는가?


있는가, 있는가, 있는가?
아직도 물음표 가득한데
이런 사랑도 사랑이라
빡빡 우겼더니
괜찮다, 괜찮다
이만하면 괜찮다, 참 너그러운
눈이 내린다.


감추고 싶은 것도
지우고 싶은 것도
따스한 체온을 가진
산자의 축복이라고
이불을 덮어주듯, 참 고마우신
눈이 내린다.


이런 날은 바람 없이도
스르륵 땅이 열리고
잔바람에도 쉼 없이 흔들리던
부끄러운 내 사랑도 꽃으로 핀다
수줍음, 꽃잎에 돌돌 말아 놓고
아씨!
부르면, 그 이름만큼 도도한 꽃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