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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18일 이었군요.

제가 조금 틀렸네요~~ㅎ

다시 한번 축하 드립니다.

김귀엽
댓글
2012.10.03 16:48:39

기억만이 / 피천득


햇살에 이슬 같은
무지개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비바람 같은
파도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구름 비치는
호수 같은
그런 순간도 있었느니

 

기억만이
아련한 기억만이

 

내리는 눈 같은
안개 같은

 

 

 

  이제 잘 보입니다. 소리도 잘 들리고요.

        꽃다발 보다는 오래 두고 보는 화분을 좋아하는 나이가 되었지만

        역시 꽃은 꽃대로 좋습니다.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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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구(洞口) / 문태준

     

    아주 오래된 사랑이 있어요

    마루와 섬돌의 관계라고 하면 어떨까요

    이삭에서 좀체 안 떨어지는 조처럼 아주 가까운 사랑이 있어요

    고사리 몇 이엉을 인 기왓집 과부를 닷새장으로 풀어주고

    북어 한쾌를 들고 잔뜩 취한 마상의 김씨를 끙, 마실로 들여주는

    꼭 호박잎 같은

    그런 사랑이

    우리네 세월 그 길목에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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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 피천득


슬프게 아름다운 것
어젯밤 비바람에 지다
여울에 하얀 꽃잎들
아니 가고 머뭇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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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 시바타 도요

 

무심코
한 말이
사람을 얼마나
상처 입히는지
나중에
깨달을 때가 있어
 

그럴 때
나는 서둘러
그 이의
마음속으로 찾아가
미안합니다
말하면서
지우개와
연필로
말을 고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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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과 햇살과 나/시바타 도요

     

     

    바람이
    유리문을 두드려
    문을 열어 주었지

    그랬더니
    햇살까지 따라와
    셋이서 수다를 떠네

     

    할머니
    혼자서 외롭지 않아?

    바람과 햇살이 묻기에
    사람은 어차피 다 혼자야
    나는 대답했네

     

    그만 고집부리고
    편히 가자는 말에

     

    다 같이 웃었던
    오후

     

     

김귀엽
댓글
2012.09.14 22:4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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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힘 - 시바타 도요

 


나이 아흔을 넘기며 맞는
하루하루
너무나도 사랑스러워

 

뺨을 어루만지는 바람
친구에게 걸려온 안부전화
집까지 찾아와 주는 사람들


제각각 모두
나에게

살아갈 힘을
선물하네

 

 

 

귀엽
삭제 수정 댓글
2012.09.16 08:16:11

 

시바타 도요는 현재 101세가 되신 할머니 시인이세요.
90세부터 시를 쓰기 시작해 99세에 첫시집을 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마흔을 아흔으로 잘못 쓴건 아닌가 싶었는데 시집을 받아보니 잔잔한 시편들이 울 어머님 생각도 나고 짜안합니다.

 

귀엽
삭제 수정 댓글
2012.09.16 08:27:58

 

선생님께 - 시바타 도요

 

나를
할머니라고
부르지 말아요
"오늘은 무슨 요일이죠?"
"9더하기 9는 얼마예요?"
바보같은 질문도
사양합니다

"사이죠 야소*의 시를
좋아하나요?"
"고이즈미 내각을
어떻게 생각하세요?"
이런 질문이라면
환영합니다



*사이죠 야소:일본의 시인이자 작곡가, 불문학자

 

 

영이
댓글
2012.09.16 14:58:09

 

언젠가 '약해지지마' 라는 할머니 시를 읽은 적이 있는데

정말 존경스런 할머니 시인이세요...

 

저는 오십줄 넘기면서 살짝 온 건망증 때문에 진즉부터 치매 걱정을 하고 있는데

심히 부끄러울....

 

귀엽님~~~

팔십 넘어도 여기서 詩 올려줄거지요?

시를 읽는 마음...

시를 쓰는 마음...

짱짱하게 팔십

팔팔하게 팔십

건강하게 건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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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 -  아벨 버나르

 

 

어떤 이가 고립되어 살아간다고 해서
반드시 그가 고독을 원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

 

아마도 그것은 하나의 결과에 불과할 것이다.
그는 보다 고귀한 생각을 하기 위해
사소한 것에서 손을 떼려고 했을 따름인 것이다.

그는 타인에게서 떠나 있으려고
굳게 결심한 것도 아니고
깨어나 보니 거기에 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을 뿐이다.

 

그렇다고 그의 심장이 메말라버린 것은 아니다.
참으로 고독한 인간은 싱싱함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왜냐하면 그에겐 수많은 대안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서재라는 낙원이 남아있다.
수많은 죽은 자들과 모든 천재들이 등불 주위에 나타나는
저 학구의 밤들이 남아 있는 것이다.

 

고독은 하나의 세계를 잃어버림으로써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세계를 발견함으로써도 이루어진다.

 

그는 외톨이가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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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사랑노래 / 황동규
 

 

게처럼 꽉 물고 놓지 않으려는 마음을
게 발처럼 뚝뚝 끊어버리고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조용히, 방금 스쳐간 구름보다 조용히,
마음 비우고가 아니라
그냥 마음 없이 살고 싶다.
저물녘, 마음속 흐르던 강물들 서로 얽혀
온 길 갈 길 잃고 헤맬 때
어떤 강물은 가슴 답답해 둔치에 기어올랐다가
할 수 없이 흘러내린다
그 흘러내린 자리를
마음 사라진 자리로 삼고 싶다.
내림 줄쳐진 시간 본 적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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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갈 수 없는 세월 / 조병화

 


걸어서 더는 갈 수 없는 곳에
바다가 있었습니다

 

날개로 더는 날 수 없는 곳에
하늘이 있었습니다

 

꿈으로 다는 갈 수 없는 곳에
세월이 있었습니다

 

아, 나의 세월로 다가갈 수 없는 곳에
내일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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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 곽재구

 

 

두 마리 반딧불이 나란히 날아간다
둘의 사이가 좁혀지지도 않고
말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궁둥이에 붙은 초록색과 잇꽃 색의 불만 계속 깜박인다
꽃 핀 떨기나무 숲을 지나  호숫가 마을에 이른 뒤에야
알았다
아, 처음 만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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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선설 / 함민복

 


손가락이 열 개인 것은
어머니 뱃속에서 몇 달 은혜 입나 기억하려는
태아의 노력 때문인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