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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연/정일근

     

     

    어이쿠,저 두꺼비들 좀 봐! 산문에 들어서자 두꺼비들이 여긴 왜 와!
    왜 와! 하며 길을 막는 밤이었다
    외국에서 돌아온 그녀는 두꺼비들을 풀어놓고 좌선 중이었다
    헤아려보면
    십이만 시간 저편,그녀는 선의 길을 막 걷기 시작한 학승이었고
    나는 시의 길을 막 걷기 시작한 어린 시인이었다
    막,이란 부사가 한정해 주듯
    우리는 자신의 길을 벗어나거나 되돌아 갈 수 없는 신생의 수레바퀴였다
    그때,단 한번의 만남이 있었다
    그리고 겨울 산사의 맑은 물이 담긴 물잔 같았던 몇 통의 편지
    그것이 인연의 처음과 끝이었다
    델리라는 도시에서 나의 끈이 그녀에게로 다시 이어졌다
    그녀는 우리 사이에 놓여져 있던 끈을 슬쩍 당겨주었다
    사람과 사람사이 찰라의 인연이라도 끊어지지는 않는다
    인연은 끊어지는 것이 아니라 그 끈이 잠시 느슨해지는 것이다
    나를 팽팽하게 당기는 인연의 끈 그 끝에 서서,
    스님 감사합니다 뜨거운 불을 삼킨 듯 더운말이 뿜어져 나왔으나
    그녀의 얼굴은 잔 속의 물처럼 흔들리지 않고 정갈하게 빛났다
    이 세상에서 우리의 만남은 이것으로 끝일 것이라 생각했지만
    저 세상 어느 곳에 가더라도 우리 사이에 놓인 인연을 그녀는
    또 한번 연연하게 당겨줄 것을 나는 알수 있었다
    울주 가시산 석남사 흙마당으로 돌계단으로
    갈색 두꺼비들이 모여들어 왜 와! 왜 와! 울던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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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꺼비/ 박성우

     

    아버지는 두 마리의 두꺼비를 키우셨다 

    해가 말끔하게 떨어진 후에야 퇴근하셨던 아버지는 두꺼비부터 씻겨주고 늦은 식사를 했다  동물 애호가도 아닌 아버지가 녀석에게만 관심을 갖는 것 같아 나는 녀석을 시샘했었다  한 번은 아버지가 녀석을 껴안고 주무시는 모습을 보았는데 기회는 이때다 싶어 살짝 만져보았다  그런데 녀석이 독을 뿜어대는 통에 내 양눈이 한동안 충혈 되어야 했다  아버지, 저는 두꺼비가 싫어요

    아버지는 이윽고 식구들에게 두꺼비를 보여주는 것조차 꺼리셨다 칠순을 바라보던 아버지는 날이 새기 전에 막일판으로 나가셨는데 그때마다 잠들어 있던 녀석을 깨워 자전거 손잡이에 올려놓고 페달을 밟았다 

    두껍아 두껍아 헌 집 줄게 새 집 다오 

    아버지는 지난 겨울, 두꺼비집을 지으셨다 두꺼비와 아버지는 그 집에서 긴 겨울잠에 들어갔다 봄이 지났으나 잔디만 깨어났다 

    내 아버지 양 손엔 우툴두툴한 두꺼비가 살았다

영이
댓글
2012.07.24 14:3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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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이
댓글
2012.07.25 08:27:51

 

저 두꺼비가 입이 얼마나 무거운지

아무리 말을 붙여 봐도 말을 안해요....

사정을 말하면 들어 줄 만 한 일이면 내가 들어 줄 사람인디...

 

이따가 가서 다시 한번 물어 볼게요...ㅎ

 

김귀엽
댓글
2012.07.24 16:37:53

두꺼비네도 분명 딸린 식구가 있을낀데

전셋값이 모라자 아직 안 데려 온건 아닌지. ㅎ

 

영이님 댁에 빈 방도 많으니 염려 안해도 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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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 / 함민복

 

 

천만 결 물살에도 배 그림자 지워지지 않는다.

 

 

 

 

영이
댓글
2012.07.24 14:5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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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습미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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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섬 /문태준

    조용하여라
    저 가슴
    꽃 그림자는 물속에 내렸다
    누구도 캐내지 않는 바위처럼
    누구든
    외로워라
    매양
    사랑이라 불리는
    저 섬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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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월에 쓰는 편지 / 허후남

 


내 아이 손바닥만큼 자란
유월의 진초록 감나무 잎사귀에
잎맥처럼 세세한 사연들 낱낱이 적어
그대에게 편지를 보냅니다

 

도무지 근원을 알 수 없는
지독하고도 쓸쓸한 이 그리움은
일찍이
저녁 무렵이면
어김없이 잘도 피어나던 분꽃,
그 까만 씨앗처럼 박힌
그대의 주소 때문입니다

 

짧은 여름 밤
서둘러 돌아가야 하는 초저녁별의
이야기와
갈참나무 숲에서 떠도는 바람의 잔기침과
지루한 한낮의 들꽃 이야기들일랑
부디 새벽의 이슬처럼 읽어 주십시오

 

절반의 계절을 담아
밑도 끝도 없는 사연 보내느니
아직도 그대
변함없이 그 곳에 계시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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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오규원


강변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집배원이
소변을 보고 있다
물줄기가 들찔레를 흔들면서 떨어진다
근처에 있던 뱀이 슬그머니
몸을 감춘다
강은 물이 많이 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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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랫동안 깊이 생각함/문태준

     

     

    이제는 아주 작은 바람만을 남겨둘 것

    흐르는 물에 징검돌을 놓고 건너올 사람을 기다릴 것

    여름 자두를 따서 돌아오다 늦게 돌아오는 새를 기다릴 것

    꽉 끼고 있던 깍지를 풀 것

    너의 가는 팔목에 꽃팔찌의 시간을 채워줄 것

    구름수레에 실려가듯 계절을 갈 것

    저 풀밭의 여치에게도 눈물을 보태는 일이 없을 것

    누구를 앞서겠다는 생각을 반절 접어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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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 오규원

 

 

아침에는 비가 왔었다

마른번개가 몇 번 치고

아이가 하나 가고

그리고

사방에서 오후가 왔었다

돌풍이 한 번 불고

다시 한 번 불고

아이가 간 그 길로

젖은 옷을 입고 여자가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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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대에게 물 한잔 /박철


    우리가 기쁜 일이 한두 가지이겠냐마는
    그중의 제일은
    맑은 물 한잔 마시는 일
    맑은 물 한잔 따라주는 일
    그리고
    당신 얼굴을 바라보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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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층나무와 길 / 오규원

 

 

바위 옆에는 바위가

자기 몸에 속하지 않는다고

몸 밖에 내놓은

층층나무

한 그루가 있습니다

붉나무도

한 그루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