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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0] ...

20101018121055

조회 수 246 추천 수 0 2010.10.18 12:04:13


    아배 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
    외박을 밥 먹듯 하던 젊은 날
    어쩌다 집에 가면
    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
    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 니, 오늘 외박하냐?
    - 아뇨, 오늘은 집에서 잘 건데요.
    - 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
    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
    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
    자전거를 한 발로 받쳐 선 채 짐짓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 야야, 어디 가노?
    - 예……. 바람 좀 쐬려고요.
    - 왜, 집에는 바람이 안 불다?

    그런 아배도 오래 전에 집을 나서 저기 가신 뒤로는 감감 무소식이다.



    꽃~


20101016071018

조회 수 235 추천 수 0 2010.10.16 07:48:02




    붉은 잎 / 류시화


    그리고는 하루가 얼마나 길고
    덧없는지를 느끼지 않아도 좋을
    그 다음 날이 왔고
    그날은 오래 잊혀지지 않았다
    붉은 잎 붉은 잎 하늘에 떠가는 붉은 잎들
    모든 흐름이 나와 더불어 움직여가고
    또 갑자기 멈춘다
    여기 이 구름들과 끝이 없는 넓은 강물들
    어떤 섬세하고 불타는 삶을 나는 가지려고 했었다
    그리고 그것을 가졌었다 그렇다 다만 그것들은
    얼마나 하찮았던가 여기 이 붉은 잎 붉은 잎들
    허공에 떠가는 더 많은 붉은 잎들
    바람도 자고 물도 맑은 날에
    나의 외로움이 구름들을 끌어당기는 곳
    그것들은 멀리 있다 더 멀리에
    그리고 때로는 걷잡을 수 없는 흐름이
    그것들을 겨울하늘 위에 소용돌이치게 하고
    순식간에 차가운 얼음 위로 끌어내린다


    꽃~

20101016071048

조회 수 224 추천 수 0 2010.10.16 07:43:18




    그것이 무엇인지 나는 모른다 / 류시화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뒤에 숨은 붉은 열매처럼
    여기 나를 응시하는 것이 있다
    내 삶을 지켜보는 것이 있다
    서서히 얼어붙는 수면에 시선을 박은 채

    돌 틈에 숨어 내다보는 물고기의 눈처럼
    고개를 갸유뚱거리는
    건방진 새처럼
    무엇인가 있다
    눈을 깜빡이지도 않는 그것
    눈밖에 없는 그것이
    밤에 별들 사이에서 내가 좋아하는 큰곰별자리 두 눈에 박혀
    나를 내려다본다
    나는 그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때로 그것은 내 안에 들어와서
    내 눈으로 밖을 내다보기도 하고
    내 눈으로 나를 들여다보기도 한다
    그것은 무엇일까
    내 삶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알고 있을까
    여기 겨울숲에서 노려보는 여우의 눈처럼
    잎 지고 난 붉은 열매처럼
    차가운 공기를 떨게 하면서
    나를 응시하는 것이 있다
    내 삶을 떨게 하는 것이 있다


    커피~

20101014061026

조회 수 218 추천 수 0 2010.10.14 06:23:09



    사무원 / 김기택


    이른 아침 6시부터 밤 10시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그는 의자 고행을 했다고 한다.
    제일 먼저 출근하여 제일 늦게 퇴근할 때까지
    그는 자기 책장 자기 의자에만 앉아 있었으므로
    사람들은 그가 서 있는 모습을 여간해서는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점심시간에도 의자에 단단히 붙박여
    보리밥과 김치가 든 도시락으로 공양을 마쳤다고 한다.
    그가 화장실 가는 것을 처음으로 목격했다는 사람에 의하면
    놀랍게도 그의 다리는 의자가 직립한 것처럼 보였다고 한다.
    그는 하루종일 損益管理臺帳經과 資金收支心經 속의 숫자를 읊으며
    철저히 고행업무 속에만 은둔하였다고 한다.
    종소리 북소리 목탁소리로 전화벨이 울리면
    수화기에다 자금현황 매출원가 영업이익 재고자산 부실채권 등등등을
    청아하고 구성지게 염불했다고 한다.
    끝없는 수행정진으로 머리는 점점 빠지고 배는 부풀고
    커다란 머리와 몸집에 비해 팔다리는 턱없이 가늘어졌으며
    오랜 음지의 수행으로 얼굴은 창백해졌지만
    그는 매일 상사에게 굽실굽실 108배를 올렸다고 한다.
    수행에 너무 지극하게 정진한 나머지
    전화를 걸다가 전화기 버튼 대신 계산기를 누르기도 했으며
    귀가하다가 지하철 개찰구에 승차권 대신 열쇠를 밀어 넣었다고도 한다.
    이미 습관이 모든 행동과 사고를 대신할 만큼
    깊은 경지에 들어갔으므로
    사람들은 그를 '30년간의 長座不立'이라고 불렀다 한다.
    그리 부르든 말든 그는 전혀 상관치 않고 묵언으로 일관했으며
    다만 혹독하다면 혹독할 이 수행을
    외부압력에 의해 끝까지 마치지 못할까 두려워했다고 한다.
    그나마 지금껏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을 큰 행운으로 여겼다고 한다.
    그의 통장으로는 매달 적은 대로 시주가 들어왔고
    시주는 채워지기 무섭게 속가의 살림에 흔적없이 스며들었으나
    혹시 남는지 역시 모자라는지 한번도 거들떠보지 않았다고 한다.
    오로지 의자 고행에만 더욱 용맹정진했다고 한다.
    그의 책상 아래에는 여전히 다리가 여섯이었고
    둘은 그의 다리 넷은 의자다리였지만
    어느 둘이 그의 다리였는지는 알 수 없었다고 한다.


    꽃~

20101014061037

조회 수 254 추천 수 0 2010.10.14 06:11:37




    오막살이 집 한 채/장석남



      나의 가슴이 요정도로만 떨려서는 아무것도 흔들 수 없지만 저렇게 멀리 있는, 저녁 빛 받는 연(蓮)잎이라든가 어둠에 박혀오는 별이라든가 하는 건 떨게 할 수 있으니 내려가는 물소리를 붙잡고서 같이 집이나 한 채 짓자고 앉아 있는 밤입니다. 떨림 속에 집이 한 채 앉으면 시라고 해야 할지 사원이라 해야 할지 꽃이라 해야 할지 아님 당신이라 해야 할지 여전히 앉아 있을 뿐입니다.

    나의 가슴이 이렇게 떨리지만 떨게 할 수 있는 것은 멀고 멀군요.이 떨림이 멈추기 전에 그 속에 집을 한 채 앉히는 일이 내 평생의 일인 줄 누가 알까요.



    꽃~

20101013051038

조회 수 250 추천 수 0 2010.10.13 06:01:04



    별을 긷지요/김종상


    우물에 가라앉은
    하늘 한 자락
    저녁노을 사라지고
    별이 뜨지요.

    퐁당 퐁당
    물무늬 속에
    영이의 두레박이
    별을 긷지요.

    종종걸음 돌아가는
    작은 동이에
    별들이 찰랑찰랑
    담겨가지요.


    꽃~


20101012081025

조회 수 233 추천 수 0 2010.10.12 08:51:26
사진-마당님


    어, 이상하다/엄기원


    나 김영수
    누나 김영이
    아빠 김진규
    엄마 윤옥희

    어, 이상하다?
    엄마만 왜 윤일까?

    안 됐다.
    엄마도 '김옥희' 하지.


    꽃~


20101011161014

조회 수 171 추천 수 0 2010.10.11 16:46:21


    구절초 詩篇 / 박기섭


    찻물을 올려놓고 가을 소식 듣습니다.
    살다 보면 웬만큼은 떫은 물이 든다지만
    먼 그대 생각에 온통 짓물러 터진 앞섶.
    못다 여민 앞섶에도 한 사나흘 비는 오고
    마을에서 멀어질수록 허기를 버리는 강
    내 몸은 그 강가 돌밭 잔돌로나 앉습니다.
    두어 평 꽃밭마저 차마 가꾸지 못해
    눈먼 하 세월에 절간 하나 지어 놓고
    구절초 구절초 같은 차 한 잔을 올립니다.



    커피~

20101011091022

조회 수 138 추천 수 0 2010.10.11 09:23:16



커피~**

20101010001004

조회 수 180 추천 수 0 2010.10.10 00:21:53
허억~
귀엽님, 여기 시간제한? 있어요? 하하~
신나게 영이님과 시정님께 글쓰다가
잠깐 삼천포에 빠져있다가
다시 마무리 글 쓰고 등록 누르니
권한이 없다고 하면서
자동 로그아웃이~ 엉엉~

영이님, 꺽다리 굴뚝에서 퍼져나가는 연기 확인했습니다. 하하~
유난이 오늘 사진 속 이웃집이 단풍처럼 이쁘네요.
시정님, 속절없이 흘러간 세월이지만 대신 아이들이 쑥 자랐지요?!
적당한 사진 찾아볼게요. ^^
귀엽님! 감기는 좀 어떠신지? 전 오늘 발끈해서 소리좀 질렀더니
다시 목부터 오른족 어깨로해서 뻑쩍지근~ 묵묵~ 하네요.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