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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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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863 추천 수 0 2011.03.20 20:24:55
김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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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가버지 / 이시영


    전라도 여인들은 남편을 부를 때 꼭 즈가버지라고
했다. 즈그(that) 아버지라는, 자식을 매개로 한 일종의
간접호칭인 셈인데 수많은 즈가버지들은 또 즈거매들의
목소리를 용케도 알아들어 회관 같은 데 한꾸네 모여 있
다가도 "즈가버지 여기 짬 보씨요 이" 하면 "왜 그려?"
하면서 그중의 한 사내가 진짜 고개를 쏘옥 내밀고 나오
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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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615 추천 수 0 2011.03.20 20:24:05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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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향기/이시영


잘생긴 소나무 한 그루는
매서운 겨울 내내
은은한 솔 향기를 천리 밖까지 내쏘아 주거늘

잘 익은 이 세상의 사람 하나는
무릎 꿇고 그 향기를 하늘에 받았다가
꽃 피고 비 오는 날
뼛속까지 마음 시린 이들에게
고루고루 나눠주고 있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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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642 추천 수 0 2011.03.20 20:23:14
김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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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과 문 / 천양희


이 세상에 옛 벽은 없지요
열리면 문이고 닫히면 벽이 되는
오늘이 있을 뿐이지요
새로울 것도 없는 이 사실이
사실은 문제지요
닫아걸고 살기는 열어놓고 살기보다
한결 더 강력한 벽이기 때문이지요
벽만이 벽이 아니라
때론 결벽도 벽이 되고
절벽 또한 벽이지요
절망이 철벽 같을 때
새벽조차 새 벽이 될 때도 없지 않지요
세상에 벽이 많다고 다
낭비벽이 되는 건 아닐 테지요
벽에다 등을 대고 물끄러미 구름을 보다보면
벽처럼 든든한 빽도 없고
허공처럼 큰 문은 없을 듯하지요
이 세상 최고의 일은 벽에다 문을 내는 것*

자, 그럼 열쇠 들어갑니다
벽엔들 문을 못 열까
문엔들 벽이 없을까


 
* 인도의 선각자 비노바 바베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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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670 추천 수 0 2011.03.20 20:20:46
김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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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 정호승


문득
보고 싶어서
전화했어요

성산포 앞바다는 잘 있는지
그때처럼
수평선 위로
당신하고
걷고 싶었어요


영이

2011.03.20 20:22:20
*.19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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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 김용택


길을 걷다가
문득
그대 향기 스칩니다
뒤를 돌아봅니다
꽃도 그대도 없습니다
혼자
웃습니다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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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718 추천 수 0 2011.03.20 20:18:15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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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시절의 나를 형성한 것은 다양성이었다. 다양성은 내게 '그 어떤 것도 가능하다'는 것을 가르쳐주었다. 이것이 바로 내 삶의 규칙인 '균형과 중심'을 가져다주었다. 중심이라는 가치는 어떤것에 있어서도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선과 악, 남과 여, 흑과 백을 동시에 지닐 수 있는 에너지와 음양의 조화를 이해할 수 있는 힘을 준다고 생각해왔다. 수많은 다양성과 우리에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중심을 이해하고 살아가는 것이 나에겐 그 무엇보다도 중요했다. 나는 음악과 무대를 통해 창의력을 발휘해야 하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 아닌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감정과 생각, 색깔과 향을 담을 수 있는 창작이란 '선한 행위'에는 이 중심이라는 가치 없이는 보편성을 지닐 수 없다고 생각한다.-

박칼린 에세이 <그냥:)> 中 P 258

 


김귀엽

2011.03.20 20:18:43
*.199.62.8

다양성이라는 가치가 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가르쳐줬다면,
그래서 균형을 이루게 했다면,
그것을 알고 행한 다음에는 온 열정을 쏟아 달려야 한다.
그러면 비로소 생명력을 가진 높은 질을 얻게 될 것이다.

p 265

영이

2011.03.20 20:19:11
*.199.62.8

머리 만져 보세요....ㅎㅎ
오늘 혹이 몇개 났을듯해요.

모두 모두 좋은하루되시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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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709 추천 수 0 2011.03.20 20:14:18
김귀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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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아침 / 이시영


대설주의보가 풀린 날 아침
까치네 집이 있는 높다란 가지 끝에서
하얀 눈을 뒤집어쓴 까치네 새끼들이 빨간 목젖을 있는 대로 드러낸 채
즐거운 노랫소리를 합창하고 있었습니다

 


영이

2011.03.20 20:16:03
*.19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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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新生)/이시영


겨울나무의 찬 가지 위로 올해의 가장
매서운 눈보라가 휩쓸고 지나가자
땅속의 앞 못 보는 애벌레들이 제일 먼저 알고
발그레한 하품을 한다.

첨부

영이

2011.03.20 20:17:13
*.199.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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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詩)/이시영

화살 하나가 공중을 가르고 과녁에 박혀
전신을 떨듯이
나는 나의 언어가
바람 속을 뚫고 누군가의 가슴에 닿아
마구 떨리면서 깊어졌으면 좋겠다
불씨처럼
아니 온몸의 사랑의 첫 발성처럼

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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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696 추천 수 0 2011.03.20 20:12:58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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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오세영


'벌써'라는 말이
2월처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새해 맞이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2월,
지나치지 말고 오늘은
뜰의 매화 가지를 살펴보아라.
항상 비어 있던 그 자리에
어느덧 벙글고 있는
꽃,
세계는
부르는 이름 앞에서만 존재를
드러내 밝힌다.
외출을 하려다 말고 돌아와
문득
털 외투를 벗는 2월은
현상이 결코 본질일 수 없음을
보여 주는 달, '벌써'라는 말이
2월만큼 잘 어울리는 달은 아마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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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661 추천 수 0 2011.03.20 20:11:44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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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편지 / 곽재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사랑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것만 같다
고통과 쓰라림과 목마름의 정령들은 잠들고
눈시울이 붉어진 인간의 혼들만 깜박이는
아무도 모르는 고요한 그 시각에
아름다움은 새벽의 창을 열고
우리들 가슴의 깊숙한 뜨거움과 만난다
다시 고통하는 법을 익히기 시작해야겠다
이제 밝아올 아침의 자유로운 새소리를 듣기 위하여
따스한 햇살과 바람과 라일락 꽃향기를 맡기 위하여
진정으로 진정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한 마디
새벽편지를 쓰기 위하여
새벽에 깨어나
반짝이는 별을 보고 있으면
이 세상 깊은 어디에 마르지 않는
희망의 샘 하나 출렁이고 있을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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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642 추천 수 0 2011.03.20 20:07:35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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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나무 / 박두순

기억력이 좋은 꽃나무

봄이면 한 번도
제 색깔 잊어버리지 않고
제 모양 잊어버리지 않고
꽃을 피운다.

이 보다 더 좋은
기억력을 본 적이 없다.


영이

2011.03.20 20:08:05
*.199.62.8

방학 끝나고 개학...
기지개 기지개~~~
안개가 자욱합니다.

오늘도 모두 모두 좋은날 되세요!

마당

2011.03.20 20:08:37
*.199.62.8

명절 연휴 며칠을 쉬고 났더니 게을이 생겨서
하루가 억수로 길게 느껴집니다.
연일 포근한 날씨였다가 오늘은 조금 춥습니다.
감기 조심하시이소

영이

2011.03.20 20:08:56
*.199.62.8

여기도 다시 추워졌습니다.
어제는 바람까지 심하게 불었구요.
카메라 가지고 계시고
주남저수지가 옆이신데 하루가 길다시니...
그러문 안 되는 것이지요 ㅎㅎ

김귀엽

2011.03.20 20:09:18
*.199.62.8

이렇게 다시 만나니 좋습니다.
오늘까지는 설 연휴 뒷정리가 남아 있어 조금 바빴답니다.
입춘도 지나고...
2월은 더 빨리 지나가고 있어요.
졸업과 입학이 눈앞이라 또 할 일이 줄줄이...

영이님과 소삼아우님^^
안개님
마당님
처음 터트리는 행운목 꽃을 선물합니다.
모두모두 행복하세요

안개

2011.03.20 20:09:39
*.199.62.8

행운목 꽃이 그리 흔한 것이 아닌데..
아마도 올 한해
행운 가득할 모양 입니다...ㅎ
저도 선물 받았으니
그 행운 제게도 해당 되는거겠죠??
감사~~~~
행운목 꽃이 피면
그 향기 어찌나 강한지..
너무 좋으시겠어요..... 

영이

2011.03.20 20:10:09
*.199.62.8

귀한 행운목 꽃을 선물 받고 좋아라 합니다.
행운목 꽃이 핀 쥔장님댁은 물론이고
올해 마당님도 안개님도 소삼님도 저두... 모두 행복하고
하는 일마다 행운이 줄줄 따르기를 바래봅니다.^^

내일은 딸래미가 졸업식을 한답니다.
벌써 졸업이래요.
광욱이 광석이도 졸업식하겠네요...
소삼님은...?

모두 모두 축하합니다!
아이들도 우리들도 수고하였습니다.

소삼

2011.03.20 20:10:32
*.199.62.8

미투~~
저도 23일 졸업입니당^^*
어찌어찌 이리 잘 되었네요.
힘들때 도와주신 언니 오빠 동생???은 없나요?
모두모두 감사드려요
그리고 졸업하는 광욱이 광석이도 축하하고^^
영이언니~~ 멋진 딸의 새출발을 함께 기뻐합니다^^*
다들 화이팅

마당

2011.03.20 20:10:54
*.199.62.8

올해 졸업하는 분이 많군요.
다들 영광스런 졸업을 축하합니다.
앞으로도 무궁무진한 발전이 있기를 기원합니다. ^^
지금 남쪽나라 창원에도 눈이 에북 내리고 있습니다.
실로 귀한 눈입니다.
남쪽나라 사람들은 눈이 오면 정신을 못차립니다.
귀한 눈 구경이라 기분이 좋아서도 그렇지마는
눈길 운전이 익숙지 않아 더욱 정신을 못차리지요.
이런 날 자동차 정비소는 완전 대목 보는 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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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 수 562 추천 수 0 2011.03.20 19:57:52
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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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고향1 -백야 / 이시영


  키가 훌러덩 크고 웃을 때면 양 볼에 깊이 보조개가 패이는
  작은집 형수가 나는 좋았다
  시집온 지 며칠도 안 돼 웃냇가 밭에 나왔다가
  하교길 수박서리하다 붙들린 우리 패거리 중에서 나를 찾아내
  “데름, 그러문 안 되는 것이라우” 할 때에도
  수줍은 듯 불 밝힌 두 볼에 피어나던 보조개꽃 무늬
  아, 웃냇가 웃냇가
  방아다리 지나 쑥대풀 우거지고 미루나무숲 바람에 춤추는 곳
  사래 긴 밭에 수많은 형수들이 엎드려
  하루종일 밭고랑 너머로 남쪽 나라 십자성 부르는 곳
  저녁에 소몰이꾼 우리들이 멱감는 냇가로 호미 씻으러 내려와서는
  “데름, 너무 짚은 곳에는 들어가지 마씨요 이” 할 적에도
  왈칵 풍기는 형수의 땀냄새가 나는 좋았다
  홀시아버지 밑 형제 많은 집으로 시집와 남정네마저 전쟁터에 보내놓고
  새벽논에 물대기 식전밭에 고추따기 아침볕에 보리널기 쏘내기밭에서

  소고삐 몰아쥐고 송아지 찾기로 여름 내내 등적삼에 벼이슬 걷힐 날 없으면서도
  저녁이면 선선한 모깃불 피워놓고 콩국수 말아
  와상 가득 흥겨운 집안 잔치를 벌일 줄도 알았던 형수,
  모깃불 매캐하게 사위어가고 하나둘 어린 형제들 잠들어갈 무렵이면
  내 손을 꼭 붙들고 말했다
  “데름, 데름은 꼭 우리 집안의 훌륭한 사람이 되어야 쓰우.”
  “훌륭한 사람이 워떤 사람인디라우?”
  “장군 같은 것, 그 뭣이라더라 밥풀 여럿 단 쏘위 같은 것……”
  그러면 마당 한구석에서 다가온 어둠이 빤한 눈으로
  우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잠이 쏟아질 것만 같은 내 눈에
  갑자기 별빛 한 무더기가 쏟아져내렸다
  환한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