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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3-20] ...

20110124180125

조회 수 534 추천 수 0 2011.01.24 18:18:58



    안동소주 / 안상학


    나는 요즘 주막이 그립다
    천머리재, 한티재, 솔티재, 혹은 보나루
    그 어딘가에 있었던 주막이 그립다
    뒤란 구석진 곳에 소주구리 엎어놓고
    장작불로 짜낸 홧홧한 안동소주
    미추름한 호리병에 묵 한 사발
    소반 받쳐들고 나오던 주모가 그립다
    팔도 장돌뱅이와 어울려 투전판을 기웃거리다가
    심심해지면 동네 청상과 보리밭으로 들어가
    기약도 없는 긴 이별을 나누고 싶다
    까무룩 안동소주에 취한 둬 시간 잠에서 일어나
    머리한번 흔들고 짚새기 고쳐 매고
    길 떠나는 등짐장수를 따라 나서고 싶다
    컹컹 짖어 개목다리건너 말몰았다 맡뜰지나
    한되 두되 서너되 어덕어덕 대출혀리에
    볼거리 들락날락 내 앞을 돌아 침뱉었다 가래질
    등짐 장수의 노래가 멎는 주막에 들러
    안동소주 한드러미에 한 사흘쯤 취해 돌아갈 길 잊고 마는
    나는 요즘 그런 주막이 그립다


    꽃~

20110124180147

조회 수 673 추천 수 0 2011.01.24 18:11:23



    꽃이 그려준 자화상 / 안상학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예뻐하는 것이 네 전생이란다
    그렇다고 손 안에 넣지는 말아라
    손 안에 가두는 순간
    후생에서는 그 아름다운 전생 다시 보기 어려울 것이다
    가령, 꽃이라든지, 혹은 그 무엇이든지

    지금 이 세상에서
    네가 가장 미워하는 것이 네 후생이라면 끔찍하지 않니
    후생에서 아름다운 전생을 두고두고 만나 보려거든
    제발 손 안에 거두어 보듬어라
    말하자면, 똥이라든지, 혹은 그 무엇이든지

    모를 일 아니겠는가
    꽃들의 세계에선 지금 네가 꽃일지, 미안하게도
    꽃들이 킁킁대며 네 냄새를 맡고 있을지

    하지만; 아마도 꽃들은 내가 다음 세상에는 없어서 나를 더 이상 못 그릴 것이라는 것을 미리부터 알고 있을 것이다 꽃들이야말로 내가 못하는 뿌리내리기를 터득한 지 이미 오랜 화상아니겠는가


    커피~

20110124090128

조회 수 678 추천 수 0 2011.01.24 09:52:13



 
 
           인연으로 산다는 것 / 신석종


           누가 있을까

           내 이름 석자 불러보며
           그 사람, 요즘은
           어찌 지내고 있을까 라고
           하루에 한 번이라도
           나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기는 있을까

           그런 사람 있으면
           나도 보고 싶다

  
  

20110122150109

조회 수 681 추천 수 0 2011.01.22 15:34:57




    나 혼자 자라겠어요 / 임길택


    길러지는 것은 신비하지 않아요.
    소나 돼지나 염소나 닭
    모두 시시해요.
    그러나, 다람쥐는
    볼수록 신기해요
    어디서 죽는 줄 모르는
    하늘의 새
    바라볼수록 신기해요.
    길러지는 것은
    아무리 덩치가 커도
    볼품없어요.
    나는
    아무도 나를
    기르지 못하게 하겠어요.
    나는 나 혼자 자라겠어요.


    꽃~

20110121090139

조회 수 667 추천 수 0 2011.01.21 09:33:35


    고방 / 백석



    낡은 질동이에는 갈 줄 모르는 늙은 집난이같이 송구떡이 오
    래도록 남어 있었다

    오지항아리에는 삼춘이 밥보다 좋아하는 찹쌀탁주가 있어서
    삼춘의 임내를 내어가며 나와 사춘은 시큼털털한 술을 잘도
    채어먹었다

    제삿날이면 귀머거리 할아버지 가에서 왕밤을 밝고 싸리꼬치
    에 두부 산적을 꿰었다

    손자아이들이 파리떼같이 모이면 곰의 발 같은 손을 언제나
    내어둘렀다

    구석의 나무말쿠지에 할아버지가 삼는 소신 같은 짚신이 둑둑
    이 걸리어도 있었다

    옛말이 사는 컴컴한 고방의 쌀독 뒤에서 나는 저녁 끼때에
    부르는 소리를 듣고도 못 들은 척하였다





    질동이 : 질그릇 만드는 흙을 구워 만든 동이.
    집난이 : 출가한 딸을 친정에서 부르는 말.
    송구떡 : 송기(松肌)떡. 소나무 속껍질을 삶아 우려내여 멥쌀가루와 섞어 절구에 찧은 다음 반죽하여 솥에 쪄내어 떡메로 쳐서 여러 가지 모양을 만든 엷은 분홍색의 떡으로 봄철 단오가 되면 많이 먹음.
    오지항아리 : 흙으로 초벌 구운 위에 오짓물을 입혀 구운 항아리.
    임내 : 흉내. 그대로 본뜨는 것.
    밝고 : 까고.
    께었다 : 꿰었다. 끼웠다.
    나무말쿠지 : 나무로 만든 옷걸이로 벽에 박아서 사용.
    둑둑이 ; 한둑이는 10개를 의미함. 둑둑이는 많이 있다는 뜻.

    꽃~




20110120160104

조회 수 586 추천 수 0 2011.01.20 16:25:37
오늘 하루도
긴 그림자 남기는 태양따라 저물어 갑니다.
남겨진 그 무엇 하나 없는데
하루가 또 나를 스처 지나갑니다.

잘들 지내시죠?
귀엽님은 이제 완전히 정상으로 돌아오신듯 하니
반갑구요~
영이님은
전원생활의 즐거움에
푹~빠지신듯 보입니다~~ㅎ

전원생활에서 우러나는
여유가 보여 더욱 좋습니다...

추운 날들..
건강들 하세요...

[re] 20110120160104

조회 수 535 추천 수 0 2011.01.21 09:32:39


콩나물 시루에 물을 주면 그 물이 다 빠져나가는 듯 해도
어느새 콩이 자라나서 콩나물이 됩니다.
자주컴은 정상인데 제가 가끔 맛이 가기는 합니다. ㅎㅎ
안개님도 평안하시지요?
반갑습니다.^^

커피~

[re] 20110120160104

조회 수 561 추천 수 0 2011.01.21 20:47:16

ㅎㅎㅎ..
언제 콩나물밥을 한번 해야지 하고 있는데...
겨울엔 콩나물밥도 별미지요.

부지런한 안개님께는
산 밑 암반수 끓여서
따뜻한 커피 한잔 대접합니다. 커피~

미소~

20110119190144

조회 수 711 추천 수 0 2011.01.19 19:33:36



    내가 생각하는 것은 / 백석


    포근한 봄철날 따디기의 누굿하니 푹석한 밤이다
    거리에는 사람두 많이 나서 흥성흥성할 것이다
    어쩐지 이 사람들과 친하니 싸다니고 싶은 밤이다

    그렇건만 나는 하이얀 자리 우에서 마른 팔뚝의
    새파란 핏대를 바라보며 나는 가난한 아버지를
    가진 것과 내가 오래 그려오던 처녀가 시집을 간 것과
    그렇게도 살틀하던 동무가 나를 버린 일을 생각한다

    또 내가 아는 그 몸이 성하고 돈도 있는 사람들이
    즐거이 술을 먹으러 다닐 것과
    내 손에는 新刊書 하나도 없는 것과
    그리고 그 「아서라 世上事」라도 들을
    유성기도 없는 것을 생각한다

    그리고 이러한 생각이 내 눈가를 내 가슴가를
    뜨겁게 하는 것도 생각한다


    따디기; 한낮의 뜨거운 햇빛 아래 흙이 풀려 푸석푸석한 저녁 무렵.
    누굿한; 여유 있는.
    살틀하던; 너무나 다정스러우며 허물없이 위해주고 보살펴 주던.



    꽃~

20110118220106

조회 수 646 추천 수 0 2011.01.18 22:42:23


    멧새 소리 / 백석


    처마끝에 명태를 말린다
    명태는 꽁꽁 얼었다
    명태는 길다랗고 파리한 물고긴데
    꼬리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해는 저물고 날은 다 가고 별은 서러웁게 차갑다
    나도 길다랗고 파리한 명태다
    門턱에 꽁꽁 얼어서
    가슴에 길다란 고드름이 달렸다


    커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