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읽기만 가능한 곳입니다. 새 메모장을 이용해 주세요 ^^

[2011-03-20] ...

20101203131247

조회 수 651 추천 수 0 2010.12.03 13:18:03


    수락시편 / 천양희


    마들역에 내려 1번 출구로 나와
    12단지 지나면 갈울공원
    벤치에 앉아보렴 새소리 얼마나
    바람소리 얼마나… 돌계단
    스무개 단숨에 오르면
    수락산 끝자락이 보여
    그래, 세상 일은 물이 떨어지는 것처럼
    떨어질 일이 많을 거야
    그래도 삶을 수락해야지
    산을 오르려면 올라가려면
    몇굽이 아찔한 낭떠러지 만날거야
    거기서 정상까지는 꽤 높거든
    숨찬 네 몸속에는 수많은 길들이 오르내릴거야
    그렇지, 들고온 생수(生水)보다 산수가 더 시원할테니까
    가끔 뒤도 돌아보렴
    뒤가 있으니 앞이 있다는 말 참, 말이란 걸
    새삼 알게 될거야
    그때는 참 좋았지 하고 오늘을 말할거야
    그러면 오늘도 그때가 되겠지
    가다보면 절로 절하고 싶은
    봉우리 하나쯤 만나게 될지도 몰라
    그렇담, 아주 행운인게지
    자기를 낮춘다는 것 쉽지 않거든
    내려가는 것 더 어렵거든
    말해주마
    수락에 가려면
    먼저 마들을 지나야 한다


    커피~

[re] 20101203131247

조회 수 585 추천 수 0 2010.12.03 22:15:44
소삼
갈울공원을 내 앞마당으로 삼고 살적에는 몰랐는데
지금 가보면 더 아름답게 보이고
으시시하던 굿당의 소리도
지금은 경쾌하게만 들리니
재미있죠?
요즘은 수락산위로 떠오른 아침해를 맞이하며 삽니다.
많은 사람이 언니의 안부를 묻네요.
다들 잘 지내고 있다고..
언니 또한 잘 지내고 있다고 전합니다.
방긋~방긋~

20101202201258

조회 수 602 추천 수 0 2010.12.02 20:33:51




    이 순간 / 피천득


    이 순간 내가
    별들을 쳐다본다는 것은
    그 얼마나 화려한 사실인가

    오래지 않아
    내 귀가 흙이 된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제 9교향곡을 듣는다는 것은
    그 얼마나 찬란한 사실인가

    그들이 나를 잊고
    내 기억 속에서 그들이 없어진다 하더라도
    이 순간 내가
    친구들과 웃고 이야기한다는 것은
    그 얼마나 즐거운 사실인가

    두뇌가 기능을 멈추고
    내 손이 썩어가는 때가 오더라도
    이 순간 내가
    마음 내키는 대로 글을 쓰고 있다는 것은
    허무도 어찌하지 못할 사실이다


    꽃~

[re] 20101202201258

조회 수 317 추천 수 0 2010.12.03 13:24:32
지금 이 순간
햇살은 너무 따스하고 좋은데
창 밖으로 들리는 바람소리는 제법 요란합니다.
여기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은 맑기만 합니다.
대구 정오의 뉴스~^^

커피~

20101201221210

조회 수 298 추천 수 0 2010.12.01 22:35:21




    서로가/김종상


    산새가 숲에서
    울고 있었다.
    바위가 조용히
    듣고 있었다.

    산새와 바위는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생각한단다.

    바람이 구름을
    밀고 있었다.
    하늘이 가만히
    보고 있었다.

    바람과 하늘은
    말이 없어도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단다.


    커피~

20101201111254

조회 수 297 추천 수 0 2010.12.01 11:21:08


    낮달 / 이문재


    일터는 동쪽에 있어야 한다
    아버지가 말씀하셨다
    동트는 걸 보며 집을 나서고
    노을을 향해 돌아와야 한다고 하셨다
    언제나 앞이나 위에
    해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낮달이 떴다
    늙은 아버지가 나를 낳으신 나이
    나는 아직 아버지가 되지 못하고
    동가숙 서가식 동문서답
    그러나 낮달이 낮잠을 잘 리 없다
    낮에도 하늘 가득 별이 떠 있는 것이다

    낮에도 총총한 별을 생각하면
    나를 관통하는 천지 사방의 별빛들을 떠올리면
    내가 중심이다 너와 내가 우리가
    저마다 분명하고 힘차고 겸손한 중심이다
    낮달을 보며 중얼거린다

    이것을 누가 당신에게 읽어 줬으면 좋겠다
    당신이 이것을 누구에겐가 읽어 주었으면 좋겠다


    커피~

20101129101130

조회 수 297 추천 수 0 2010.11.29 10:13:40


    다섯살 / 서정주


    소는 다섯살이면 새끼도 많고,
    까치는 다섯살이면 손자도 많다.

    옛날 옛적 사람들은
    다섯살이면
    논어도 곧잘 배웠다 한다.


    우리도
    다섯살이나 나이를 자셨으면
    엄마는 애기나 보라고 하고
    ㄱㄴ이라도 부즈런이 배워야지
    그것도 못하면 증말 챙피다.


    커피~

20101129101144

조회 수 292 추천 수 0 2010.11.29 10:08:50


    기억만이 / 피천득


    햇살에 이슬 같은
    무지개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비바람 같은
    파도 같은
    그 순간 있었느니

    구름 비치는
    호수 같은
    그런 순간도 있었느니

    기억만이
    아련한 기억만이

    내리는 눈 같은
    안개 같은


    꽃~

20101123111156

조회 수 323 추천 수 0 2010.11.23 11:26:59




    사람 인

    사람 인(人) 자는
    열 살 때 쓸 줄 알았는데
    기대어 산다는 것은
    오십이 넘어 알았습니다.

    기댈 사람이 몇 사람 있어
    참 좋습니다.
    나도 누군가 기댈 수 있게
    어깨를 내밉니다.


    글-정용철(좋은생각 발행인)


    미소~



20101122111107

조회 수 324 추천 수 0 2010.11.22 11:17:24


    함께 있는 때 / 이외수


    세상에 신(神)의 사랑 가득한 줄은
    풀을 보고 알 것인가
    꽃을 보고 알 것인가

    눈을 감아라 보이리니
    척박한 땅에 자라난
    그대 스스로 한 그루 나무
    실낱같은 뿌리에
    또 뿌리의 끝
    하나님의 눈은 보이지 않고
    다만 존재할 뿐 사람이여
    정답다 우리
    함께 있는 때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