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집/박정대

조회 수 1100 추천 수 0 2012.11.14 10:09:47


창포 강에 싸락눈이 내리는 오후
그대는 물을 긷고 나는 듣고 있었네
그대 발길에 스치는 조약돌의 음악 소리
아득한 산맥을 넘어온 시간의 풍경 소리
내 마음이 가고 싶어하던 곳에서
오롯이 돋아나던 낮은 숨결의 불빛들
그 희미한 불빛의 계단을 살풋이 밟으며 내려오던
싸락눈, 싸락눈, 싸락눈의 和音
창포 강에 싸락눈이 내리는 오후
그대 물동이에 담겨
나 여기 그대 집까지 왔네
그대는 검은 천막에 사는 여인
오늘 저녁 그대는
또 한 줌의 쌀을 끓이네
저물어가는 창포 강가엔 아직도 눈이 내리는데
눈밭 속으로도 또 다른 눈이 내리는데
천막 속의 고요, 고요 속의 음악
나는 끓고 그대는 웃네

그대 집
희미한 호롱불 아래서
이제사 그대의 입술 끝에 닿은
나, 고요한 한 잔의 창포 강

 

 

 

 

2005년도 <소월시문학상작품> 中...

 

(박정대 / 2005년도, 소월시문학상 수상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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