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록으로 기억하다 / 류시화

조회 수 1060 추천 수 0 2012.12.09 21:53:51

 

 

내가 시인이라는 걸 알고 어떤 이가
툰드라의 순록에 관한 시를 써보라고 했다.
가축화되기 전에 순록은 야생으로 무리지어 먼거리를 이동했는데
소금이 필요할때면 어쩔 수 없이
인간의 천막으로 다가왔다

 

이때 다른 무리들은 모두 소금을 받아먹어도
한마리의 순록만은 먹기를 거부하며 서 있었다고 한다.
인간들에게 소금을 제공받는 대신
그 순록은 나머지 족속들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기로 결정하고
그 자리에 나와 의연하게 서 있었던 것이다.
그것이 인간과 순록 사이의 무언의 약속이었다.
순록의 무리는 그럼으로써 인간에게 종속되지 않을 수 있었다.
소금 바람 속에 서 있어 본다
그 순록으로 기억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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