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요에 바치네 / 김경미

조회 수 912 추천 수 4 2010.03.04 15:45:12

내가 어리석을 때 어리석은 세상 불러들인다는 것
이제 알겠습니다

누추하지 않으려 자꾸 꽃 본다 꽃 본다 우겼었습니다

그대라는 쇠동전의 요철 닳아
없어진 지 오래건만

라일락 지나가는 소리들 반원의 무덤이던 아침부터
대웅전 앞마당 지나는 승려들 가사먹빛 다 잦아들던
저녁, 한여름의 생선 리어카와 봄의 깨진 형광등과
부러진 검정 우산 젖어 종일 접히지 않던 검은 눈동자까지
다 내가 불러들인 세상임을

그 세상의 가장 큰 안간힘,
물 흔들지 않고
아침 낯과 저녁 발 씻는 일임을

이제야 알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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