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머리 물빛 / 송수권

조회 수 929 추천 수 0 2011.06.01 12:00:09
귀엽


 

  접대란 말 아셔요. 주인이 손님을 깍지게 접어 모시는 것을 말하지요. 접대나 대접이
나 그게 그것 아녀요. 그런데 이 틈새를 파고드는 말이 있어 깜짝 놀란 적이 있습니다.
안동 가서 들은 얘기인데요. 도산서원 사랑방 툇마루에서 내친구 권오삼과 함께 깍지
베개를 하고 누워 배고픈 뻐꾸기 소리를 듣다 들은 이야기인데요. 서원 앞을 휘돌아
나가는 돌머리〔河廻〕 물빛이 왜 저토록 아득한고 했더니 그것이 선비골에만 있는
백비탕 때문이라는군요. 오죽 가난했으면 상(床) 위에 펄펄 끓는 물 한 대접이라니요.
뻐꾸기 소리도 구름빛도 하늘빛도 시래기죽이 되어 뜨거운 김이 오르고 있는 그 물 한
대접이라니요. 돌계단 앞 모란꽃이 뚝뚝 지고 있는 그 사이 뻐꾸기 울음소리가 간간이
끊기고 있는 그 사이, 친구로부터 점심은 뭘 들거냐고 해서 서원 입구에 있는 ‘영계백
숙집’ 하려다 말고 영계와 백숙집 그 사이에서 입 꽉 틀어 막았지요. 
                                                          
                                                                                   

List of Articles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sort
3374 개망초 / 문태준 귀엽 2011-06-23 943
3373 별식(別食) / 박형준 김귀엽 2011-01-17 943
3372 시치미 / 반칠환 김귀엽 2006-08-23 942
3371 대비(大悲) / 배한봉 귀엽 2011-07-01 941
3370 그 겨울밤/안도현 영이 2011-01-12 940
3369 점경點景 / 송수권 귀엽 2011-06-01 935
3368 천천히 가자 쉬어가면서 가자/나태주 영이 2010-11-04 934
3367 나와 거북 2 / 문태준 영이 2012-06-05 933
3366 공손한 손 / 공영민 김귀엽 2011-01-05 931
3365 성선설 / 함민복 김귀엽 2012-09-06 930
3364 편백나무 사이에서 / 김규태 귀엽 2011-06-22 930
3363 만두/ 정하해 영이 2010-12-17 930
3362 깨끗한 식사 / 김선우 영이 2010-08-26 930
» 돌머리 물빛 / 송수권 귀엽 2011-06-01 929
3360 세상에서 가장 먼 거리 file [2] 달팽이 2008-05-29 929
3359 고독 - 아벨 버나르 김귀엽 2012-09-13 928
3358 그의 사진 / 나희덕 귀엽 2011-06-24 928
3357 나 혼자 자라겠어요 / 임길택 김귀엽 2011-01-21 928
3356 네가 그리우면 나는 울었다 / 고정희 안개꽃 2010-05-24 928
3355 신생(新生) / 이시영 영이 2011-03-15 927